[홍 기자의 연작수필] (72) 짜빠구리와 데칼코마니

기사승인 2020.02.12  14: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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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신문=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짜빠구리와 데칼코마니

​우리 영화 ‘기생충’이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까지 받아 경사가 넘쳤다.

시상식을 보면서 흡사 내 일인 양 감격했다. 그래서 눈물까지 났다. ‘기생충’을 보면 연교(조여정)와 그 가족은 폭우 때문에 캠핑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가정부 충숙(장혜진)에게 전화하여 "8분 뒤 도착하니까 짜파구리 해주세요. 우리 다송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냉장고에 한우 채끝살 있을 텐데 그것도 좀 넣고."라고 지시한다.

나는 가난한 필부다. 따라서 연교가 말한 ‘채끝살’은 먹어보지 못했다. 다만 궁금하여 사전을 찾아보니 ‘소 등심 부분의 방아살 아래에 붙은 쇠고기 부위’라고 했다. 역시 부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었다.

세상에 짜파구리를 먹는 데도 그 비싼 한우고기를 넣어 먹다니... ‘짜파구리’는 농심의 면 제품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해 만든 음식이다. 기생충이 히트하면서 이제 ‘짜파구리’는 세계인들도 즐겨 찾는 음식으로 그 위상이 한껏 상승하게 생겼다.

하여간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는 라면조차 부자에게 있어선 이 정도로 호화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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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게티’와 ‘너구리’ 역시 라면 군(群)인 까닭이다. 하지만 짜파구리는 서민 음식의 데칼코마니(décalcomanie)라는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 지금이야 ‘짜파게티’로 짜장면을 쉬이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과거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시험을 봤는데 1등하여 상장을 받았다. 아버지께선 기특하다며 나를 자전거의 뒤에 태우고 시내로 나가셨다. 그날 난생처음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면을 맛봤다.

정말 맛있었다! 차라리 황홀했다!! 이따금 짜장면이 당길 때가 있다. 그럼 회사 근처 중식집에 들른다. 짜장면은 중식 메뉴 중 가격이 가장 착하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짜장면은 서민음식이라는 상식이 통용된다. 짬뽕은 짜장면보다 비싸기도 하거니와 매워서 별로다. 짜장면이 여전히(?) 서민음식(庶民飮食)인 반면 이탈리아식 국수인 파스타(pasta)는 부자음식이라는 생각이다.

다 알겠지만 파스타는 짜장면보다 훨씬 비싸다. 이는 짜장면이 국수처럼 재료가 저렴하고 대량생산에 특화된 메뉴인 때문이다. 반면 파스타는 재료부터 비싸다. 토마토 파스타에 쓰이는 토마토는 모두 수입산이라고 한다.

또한 파스타는 국수처럼 육수를 미리 끓여놓을 수도 없다. 짜장면 역시 춘장(春醬=짜장면에 들어가는 중국식 된장)을 준비해 둔다. 따라서 파스타의 높은 가격에 분노하면 안 된다.

“뭔 파스타가 돈가스보다 비싸?”라고 하는 건 촌사람이자, 판단의 오류다. 짜빠구리, 즉 서민 음식 데칼코마니 얘기를 하노라니 파스타를 처음 접한 때가 기억난다. 언젠가 회사 직원식당에서 점심 때 먹으면서부터 점차 맛을 들였다.

   
▲ 홍경석 기자
처음엔 별로였지만 사람의 입처럼 간사한 게 없다더니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다. 이 지면을 통해 영양사님께 진심 감사드린다! 짜파구리가 서민 음식의 데칼코마니라면 파스타는 부자 음식의 데칼코마니라는 생각이다.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casj007@naver.com

<저작권자 © 뉴스에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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