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표류기’와 짜파게티의 접점(接點) 고찰

기사승인 2020.05.25  17: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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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김 씨 표류기’
[뉴스에듀신문]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김씨 표류기>는 지난 2009년에 개봉되어 관객들의 배꼽을 훔쳐갔다. 빚에 쪼들려 자살을 기도하는 주인공 남자 김 씨(정재영)와 여자 김 씨(정려원)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는 죽는 것도 쉽지 않자 일단 섬에서 살아보기로 한다. 모래사장에 쓴 HELP가 HELLO로 바뀌고 무인도 야생의 삶도 살아볼 만하다고 느낄 무렵...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 병을 발견하고 그의 삶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좁고 어두운 방이 온 지구이자 세상인 여자인 여자 김 씨는 전형적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다.

이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이다.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1990년대 중반 은둔형 외톨이들이 나타나면서 사회문제로 떠오른 용어이다.

히키코모리는 '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이다. 1990년대 말부터 한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방콕족(방안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과 증상이 비슷하다.

이들은 스스로 사회와 담을 쌓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생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2001년부터 6개월 이상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3~4년, 심하면 10년 이상을 방안에 갇혀 지내는 예도 있다고 한다. 히키코모리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 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꺼린다. ② 낮에는 잠을 자고, 밤이 되면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에 몰두한다. ③ 자기혐오나 상실감 또는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 ④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고, 심할 때는 폭력까지 행사한다. =

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핵가족화로 인한 이웃·친척들과의 단절,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급속한 사회변화, 학력 지상주의에 따른 압박감,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취업하지 못하는 데 따르는 심리적 부담감, 갑작스러운 실직, 사교성 없는 내성적인 성격 등 여러 요인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여하튼 그런 그녀에게도 나름의 취미생활이 있었으니 홈피 관리와 하루 만보 달리기에 이어 달 사진 찍기에도 열중하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 멀리 한강의 섬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그에게 리플(선플)을 달아주기로 하는 그녀는 3년 만에 자신의 방을 벗어나 무서운 속도로 그를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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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까지 불사했던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지한 남자 김 씨는 더욱 삶에 애착을 느끼고 열심히 살고자 노력한다. 이 영화의 압권(?)은 어느 날 한강 물을 타고 들어온 짜파게티 수프(soup)다.

마치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아가던 김 씨는 자급자족(自給自足) + 어찌어찌 그 수프를 이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곤 감격하여 마구 오열한다.

이 대목에서 짜파구리가 등장하는 방화 <기생충>이 오버랩 된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업종에 생채기를 냈다. 반면 가정간편식(HMR) 수요는 늘어나면서 1·4분기 식품업계 매출이 대폭 상승했다.

HMR 강자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진행돼 온 비용절감 추진과 맞물려 당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0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농심 또한 매출액 6,877억 원, 영업이익 63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6.8%, 영업이익은 101.1%나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농심의 매출 성장의 주요인은 짜파구리 열풍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라면소비 증가인 덕분이었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로 ‘짜파구리’ 인기가 번지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이 급증했다. 이어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까지 라면을 찾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라면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 사물엔 양지와 음지가 공존함을 발견할 수 있다. ‘김 씨 표류기’의 결론이다. 한강을 관리하는 철거반에 적발된 김 씨는 더 이상 한강의 밤섬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밤섬에서 쫓겨나 다시 도심으로 들어온 김 씨는 확실하게 죽을 수 있는 높은 곳, 63빌딩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그런 그를 잡기 위해 몇 년 동안이나 밖에 나오지 않던 여자 김 씨는 밖으로 나와 버스를 쫓아가지만 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이때 마침맞게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고 버스가 멈추며 그녀는 버스에 올라타게 된다. 덕분에 두 사람은 극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이 영화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두 김 씨의 각자의 상황에 맞는 표류기(漂流記)를 다루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즉 남자 김 씨는 밤섬에서 실제로, 여자 김 씨는 자신의 방안에 갇혀 스스로 표류하였던 것이다. 입맛이 없을 때 짜장면을 시켜 먹으면 별미다. 스스로 만들어 먹으면 더 맛있다.

<김씨 표류기>는 코미디 장르지만 관객에게 선사하는 울림은 약하지 않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 그렇지만 의지만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과 난관도 돌파할 수 있다. 사람은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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