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살짝 바꾸고 싶어서 기자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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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일보 이현택기자 [사진=미디어잡 제공] | ||
[뉴스에듀=성연호 기자]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 ‘아랑’ 운영자 이현택 중앙일보 기자를 만나다!
<성> 취재기자의 하루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본지(중앙일보)에 있다가 지금은 주간지(중앙선데이)에 있는데 차이점은?
<이> 본지에서는 보통 8시30분까지 출근한다. 오전 9시 전날 준비했던 아이템에 관하여 발제하여 팀장이 확인 후 발제한 내용에 관해 개별취재를 한다. 본지에서 법원출입기자로 있었는데, 법원에 가서 소장을 확인하고 판사들과 면담을 하거나 취재를 계속하며 오전을 보낸다. 법원출입기자다 보니 점심은 취재 사안과 관련된 법조인이나 제보자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오후 3시정도 까지 보충 취재를 하고 5시 30분까지 기자를 작성하고 1차 마감을 한다. 추가로 취재할 내용이 있을 경우에는 야근을 하며 8~10시에 마감한다. 가끔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기사 교환의 기회를 가지고 10시 30분을 전후로 마감을 하기도 한다.
중앙선데이로 옮기고 나서는 기획취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에 2번 정도 회의를 하며 인터뷰와 쓸거리에 관해서 고민하다가 하나의 주제에 관하여 심층취재를 한다. 이 점이 본지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화요일에 회의를 하고 자유취재를 하며 목요일에 기사를 마무리 짓는다. 금요일에 사진을 추가한 뒤 정식마감은 토요일에 이루어진다.
<성> 보통 기자들이 주제를 잡고 자신의 의지대로 취재를 다니나 아님 데스크에서 취재의 주제와 방향을 일러주나? 기사의 제목과 보도내용에 조절도 있지 않나?
<이> 기자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80%정도이고, 데스크의 의지로 주제를 잡는 경우가 20%정도이다. 그러나 데스크에서는 화두만 던져주는 것이지 결국은 기자 본인이 취재의도를 잡고 기사를 쓰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끔 발제하거나 취재한 내용이 킬(kill)을 먹을 수는 있다. 취재기자가 작성하는 기사의 내용과 제목 검토는 모두 자신의 영역이므로 충분히 고려하고 해야 한다. 나의 경우 제목을 너무 강하게 써서 톤 다운(tone down)을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성> 인터뷰, 기획기사, 스트레이트성 기사, 보도자료로 만들어지는 기사 등이 있는데 어떤 종류의 기사가 가장 재미있었나?
<이> 물론 기획기사가 가장 재미있고 많이 하는 기사이다. ‘내가 아니면 못 쓰는 기사’를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박정희서거 30주년 때 김신조 목사(1.21사건 때 침투)와 함께 청와대 뒷산 산책로를 함께 산책하며 인터뷰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30년 만에 청와대 뒷산의 산책로가 개방이 되었는데 그 길을 함께 걸으며 이야기 나누었던 것을 다른 매체 8군데에서 받아서 다시 내용으로 기사화 된 적이 있다. 또 기억에 남는 기사는 ‘쿨한 이혼 법원이 가르친다’라는 내용으로 서울가정법원의 이혼가정자녀솔루션이라는 프로그램을 다룬 기사다. 가정법원을 통해 요즘 늘고 있는 이혼 가정의 자녀들에게 상처를 적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보고 많은 독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직접적인 전문가가 아니라 법원의 조사관을 소개시켜 주거나 법원과 연결다리를 놓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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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신조 목사와 청와대 뒤 산책로를 걸으며 작성한 이현택기자의 기사 [출처=중앙일보 캡처] | ||
<성> 사회부기자인데 어떠한 사항이 취재의 대상인가? 취재하며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 사회부 기자의 취재대상은 경제와 문화를 제외하는 모든 부분이다. 주로 경찰과 법조인, 시민단체 등에 관한 정보를 많이 다루고 있긴 한데, 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휴먼스토리를 다루고 싶다. 기억에 남는 취재로는 관악산 산책로 입구에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더러워진 공간을 초등학생들이 공원을 만들고자 피켓을 들고 환경운동을 하고, 직접 나무와 꽃을 심으며 작은 공원으로 탈바꿈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린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면서 라디오프로그램 시선집중에 아이들의 이야기도 나왔고, 엄마들에게 메일도 많이 받았다. 아이들의 노력으로 버려진 공간이 공원으로 탈바꿈했다는 이야기는 훈훈한 감동스토리 아닌가. 사회부 기자라고 하면 힘들고 빡빡한 생활을 할 거란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자기 생활을 조금 느슨하게 가지려는 여유를 가지면 된다고나 할까.
<성> 취재를 다닐 때 보통 소스는 어떻게 찾는가? 요즘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정보가 퍼지고 기사화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현택 기자의 경우도 그런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사실 나도 인터넷 검색은 좀 하는 편이다. 한, 두 시간 검색하면 인터넷에서의 소스는 누구나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로 소스를 찾는 것 보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찾다가 가끔 쓸거리가 되는 휴먼스토리가 있으면 일단 밥부터 한 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보면 대어를 잡기도 한다. SNS를 가지고 기사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의미 부여를 하는 기자도 있겠지만 나는 SNS를 취재원으로 삼지 않는다. 다른 기자들이 할텐데 굳이 제가 할 필요는 없겠죠.
<성> 왜 기자가 되려고 했는가? 자신이 생각하는 기자의 장, 단점 및 갖추어야 할 덕목은?
<이> 대학 다닐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하다가 기자가 되었다. 나는 글 쓰는 것과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는 것 좋아한다. 자신이 쓴 글을 여러 사람들이 돌려보며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보통 기자라고 하면 자신이 쓴 글 혹은 취재한 내용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표현들을 하곤 하는데, 나는 그런 원대한 포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짝’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명이라도 내가 쓴 글을 보며 감명을 받으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의 장점은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기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데, 헬기를 타고 한반도 상공에서 바라볼 수 있고, 보통 사람들은 들어가지 못하는 군부대에도 가볼 수 있다. 특히 요즘엔 이집트 민주화 현장을 직접 가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겠는가. 기자의 단점으로는 사람들을 직접 상대하다보니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 또 싫은 취재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스폰서검사를 취재해야 하면 아버지뻘 되는 검사에게 ‘돈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과 같이 다른 사람의 치부를 물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엔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여 상대가 기분이 나쁘지 않게 ‘~라는 지적도 있는데’라며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기자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치부를 캐물을 때도 될 수 있으면 완곡하게 양해를 구하려고 노력중이다.
기자로서의 덕목을 꼽으면 첫째, 과도한 정의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정의를 위한 ‘심판관’인양 착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정의를 위해서 자료를 훔치는 것과 같은 범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둘째, 겸손해야 한다. 검찰청과 같은 소위 말하는 힘 있는 기관을 출입하는 기자들 자신이 그 기관 급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기자들도 꾸준히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기자들이 멍청하다는 말이 많이 들리는데, 그런 말을 듣지 않고 좋은 기자가 되려면 꾸준한 자기개발이 중요하다.
<성> ‘아랑’이라는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의 운영자로 알려져 있는데 현직과 카페 운영을 하며 힘들지 않는가? ‘언론사 합격의 모든 것’이라는 책(이재철 외 공저)도 냈는데 어떠한 취지에서 만들었는지?
<이> 아랑의 운영자로 지낸지는 3년 정도 되었다. 기자를 하며 바쁘긴 하지만 카페를 운영할 정도의 시간은 있다. 언론과 방송에서 일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를 공유를 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랑카페의 운영자의 길로 들어갔다. 방송아카데미를 수강하거나 언론인이 되기 위한 사교육비도 만만찮은데, 정보를 함께 나누며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랑을 통하여 언론인들의 특강을 주선하고, 아나운서아카데미와 함께 무료특강을 하기도 했다. 아랑카페 운영자로서의 활동 계속할 것이다. 앞으로 논작백일장, 방송학특강 등을 준비 중이며 언론인을 꿈꾸는 준비생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
‘언론사 합격의 모든 것’이라는 책은 중앙일보에 입사한 후 언론재단 ‘수습기자기본교육’ 과정에서 만난 신입기자들과 함께 ‘우리가 공부한 것들 후배들이 보고 도움이 되고자’는 취지에서 책을 엮어서 출판하게 되었다. 현직기자들이 직접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여 언론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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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명함에는 기자 타이틀과 ‘아랑’ 운영자란 말이 함께 쓰여 있다. | ||
<이>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학점은 3.56정도이고 토익은 930점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시 발전을 위한 연구논문대회, 한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마케팅 공모전에서 입상한 적 있다.
중앙일보와 CBS노컷뉴스, IBM글로벌비지니스서비스에서 인턴을 했던 경험이 있다. 대기업에서 인턴을 한 경험은 없는데 대기업을 취재하다보면 대학시절 인턴을 했었으면 그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지 못해서 약간 아쉬운 감이 든다.
언론사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언론사인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턴을 하며 자신의 취재력을 판단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취재력이라 하면 기획력, 능력,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을 검토 할 수 있으므로 언론인이 되기 전 자신의 능력을 미리 판단해 볼 수 있다.
스터디가 필요하긴 한데 전적으로 의지하지는 마라. 스터디를 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글을 공유할 수도 있지만, 논술과 작문이 팀원들과 비슷해지는 경향도 있어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다. 내가 스터디를 할 때는 논작, 상식, 기사쓰기, 리포트 등을 준비했다. 보도자료를 보고 스트레이트성 기사를 쓰는 연습과 팀원들끼리 기획기사를 작성해보기도 했다. 자료를 보고 새로운 시각의 실험적인 기사를 많이 연습했던 것 같다.
특이한 사람이 되라고 조언하고 싶다. 신방과 4년과 스터디를 거치면 합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 기자가 되어 롱런하려면 나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기자생활을 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기자가 되고 나서도 학생 때 못지않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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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사 합격의 모든 것이란 책이 대형서점에 비치되어 있다. | ||
<이> 중앙일보가 열린보수를 지향하고 있다. 보수적인 성격을 띤 매체로 알려져 있지만 진보성 기사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진보성향을 가진 인물인 유시민과 오연호 등을 인터뷰한 것이 그 예이다. 그리고 피쳐스토리도 많이 쓰려고 하는 점이 다른 매체와 다른 장점이다. 서울 판매부수 1위를 차지한 것은 교육기사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지난 해 공신(공부의신)프로젝트에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
<성> 현직 기자의 관점에서 중, 조, 동, 매경이 종합편성채널에 선정되었는데 앞으로 소위 말하는 메이저 신문사와 신입기자선정 등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보는가?
<이> 이제 미디어의 무한경쟁시대라고 할 수 있다. 방송본부에 있으며 종편준비과정을 직접 경험해봤다. 종편이 선정되고 나서 지금의 프레임이 아닌 이상 시장의 판도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드라마로 결판이 날 듯하다. 중앙일보에서도 TV아사히, 타임워너 등과 같은 다양한 외국 매체와 협정을 맺고 있고 글로벌 드라마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선정되었고 기자와 피디 등 기회의 장이 넓어질 듯하다. 각 회사마다 다르고 아직 사태의 추이를 더 살펴보긴 해야겠지만 올해와 내년이 피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짐작을 해 본다.
[미디어잡 취업기자단 3기] 성연호 기자 bishopsus@naver.com
온라인뉴스팀 기자 online@newsedu.co.kr
